어린 왕의 행진(Procession of the Youngest King)

베노초 고촐리(Benozzo Gozzoli, 약 1421-1497)는 플로렌스 출신의 유명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로, 매력과 우아함이 넘치는 서사적인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거장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에게 사사한 고촐리는, 꼼꼼하게 작업한 디테일과 국제 고딕 양식의 장식적인 풍성함을 혼합한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Palazzo Medici Riccardi), 특히 동방박사의 예배당(Chapel of the Magi)에 그린 뛰어난 벽화로 가장 잘 알려졌습니다. 역동적인 행진과 축제같은 장면들이 특징인 이 프레스코화들은 조화로운 장식과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명작들입니다. 오늘은 어린 왕이 등장하는 프레스코화의 첫번째 장면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지평선위에는 산 정상에 위치한 중세의 작은 요새 -세 왕의 첫번째 경유지인 예루살렘으로 추정- 에서 수행단이 내려옵니다. 반대편 성벽의 늙은 왕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왕은 한때 이 벽화를 의뢰했던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이 프레스코화가 그려졌을 당시 로렌초는 10살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희박하죠. 고촐리는 본인의 자화상도 빽빽히 늘어선 수행단에 포함시켰는데, 붉은 모자에 글씨를 새겨넣어 그를 알아볼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고촐리 앞에 있는 두 젊은이가 로렌초와 줄리아노 메디치(Giuliano Medici)임이 최근에 밝혀졌는데요. 세 왕의 행렬에 그들을 그려넣음으로써 메디치 가문은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목적지에 가까이 있는 늙은 왕의 옆이 아니라 어린 왕의 수행단 끝에 교묘히 배치한 것은 그들의 영향력을 강조하면서도 후원자로서의 겸손한 역할을 보여주고자 하는 치밀한 계획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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